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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큐' 주인공이 살인마로···검증 없는 '불행 스타 만들기'
2017년 10월 12일 (목) 14:53:19 김지은 기자 whynot82@newsis.com
   
▲ 이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2014년 6월까지도 "딸의 수술비가 없다"며 치료비 모금 홈페이지 주소를 남겼다. (사진=이씨 트위터 캡쳐)
'어금니 아빠' 살인 사건 피의자 이영학(35)씨가 종전 방송 출연이나 인터넷에 남긴 흔적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사전 검증 없는 '불행 다큐 스타 만들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2006년 MBC '닥터스'에서 '어금니 아빠의 약속'으로 방송 출연을 시작했다. 방송을 통해 이씨는 '유전성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딸 수술비 7억원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이외에도 SBS '김미화의 U',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등 지상파 방송에 잇따라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시청자들의 동정 어린 관심과 후원이 쏟아지면서 이씨는 다양한 통로로 '딸에게 헌신적인 아버지 스토리'를 부각시켰다. 책 '어금니 아빠의 행복'을 출간하고, 딸 수술비 후원 독려 카페를 운영하는 등 기부를 통해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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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이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7.10.11. photo@newsis.com

 '어금니아빠'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SNS를 통해서는 계좌를 공개하며 "전 딸을 위해 뭐든지 합니다. 제 딸의 수술비가 없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으로 1500여명의 팔로워를 모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이씨가 이 같은 자신의 '불행 전시 행위'를 통해 상업적 소득을 얻는 데 매몰돼 범행 직전까지 극단적인 행동 양상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씨는 살인을 저지르기 전 투신 자살한 아내 영정사진을 들고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또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아내의 시신에 입을 맞추는 영상을 언론에 제보하며 수술비 3500만원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전문가들은 딸과의 동반자살을 기도한 모습도 외부에 불행을 알리기 위한 '쇼윈도'식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범행 직후 딸과 함께 발견됐을 때 이씨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씨는 돈을 모으는 행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향이 있다고 본다"며 "아내의 자살을 동영상으로 만든 것도 기부를 받기 위한 것이었고, 자살하려고 동영상 유서를 써둔 것도 (수면제 복용 이후) 깨어났을 때 동정을 사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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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인터넷 캡쳐)>

  이씨는 절박하게 후원금을 요청하면서도 실제로는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온몸에 문신을 하며 어린 여학생들에게 성적인 접근을 하는 등 대외적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퇴폐 마사지업소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죽은 아내에게조차 성매매를 강요한 정황이 의심 돼 그의 연출된 겉모습만 믿고 있던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결국 별다른 사전 검증 없이 이뤄진 언론의 '셀럽 만들기'가 이번 사건에 일조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사건과 얽힌 피의자의 이중성이 강화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 출신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이씨는 자신의 원래 성향과 동떨어진 것을 추구하는 모습을 외부에 보여줬고, 이를 충족시켜줬던 사회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며 "(방송을 타기 전) SNS 등을 조금만 검증했다면 사기꾼임을 금방 알 수 있었을 테지만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자신의 현실을 숨기고 전혀 다른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보인다"며 "도덕적인 반성 없이 심각한 범죄로 나타날 수 있는 인격적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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