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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흉악 청소년범죄···어리면 무조건 선처? 소년법 논란
2017년 09월 07일 (목) 11:34:15 박준호 기자 pjh@newsis.com
   
▲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또래 여학생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하는 모습.
#1. 지난 1일 오후 8시30분께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여중생 A(14)양과 B(14)양이 C(14)양을 1시간30분간 폭행했다. C양은 머리와 입 안이 찢어지고 피를 흘리는 등 크게 다쳤다. C양은 지난 6월29일에도 부산 사하구의 한 공원에서 A양과 B양이 포함된 여중생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2. 지난 7월17일 오전 1시께 D17)양 등 5명은 E(17)양을 강원도 강릉 경포대 백사장에서 무차별 폭행했다. 이어 같은날 오전 5시께 F(17)양의 자취방으로 끌고가 재차 E양을 때렸다. E양이 자신들의 사생활을 나쁘게 이야기하고 다닌다는게 이유였다. 피해학생은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부산 여중생과 강릉 여고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은 일반 폭력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수위가 낮거나 가벼운 징계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성인이 아닌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라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소년법이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에서 규정한 '소년'이란 19세 미만이다. 청소년에 대해 선도(善導)나 상담·교육·활동 등을 전제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하는 경우도 흔하다. 소년법에도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이같은 허술한 법망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갈수록 청소년 범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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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소년법 폐지 청원

물론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현행법 체계에서 중범죄에 대해 엄벌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만 14세부터는 청소년을 '범죄자'로 다룰 수 있다.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에서 검찰이 주범 김모(17)양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소년법 제59조에는 범죄를 저지를 당시 18세 미만인 청소년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형(無期刑)으로 처벌이 가능한 중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최고 15년의 유기징역형만 가능토록 제한하고 있다. 같은법 60조에는 청소년이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有期刑)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단기는 5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살인·존속살해 등과 같은 강력범죄를 대상으로 한 특정강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에도 18세 미만인 경우에는 사형·무기징역으로 처벌하는 범죄라도 최고 형량 수위를 징역 2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해 단기형을 선고한다면 7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만 10~14세는 경찰이 소년부에 바로송치하는 이른바 '촉법소년'으로 분류, 범죄자로 다루지 않는 대신 보호하는데 중점을 둔다.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했지만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 청원과 제안'에는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잇따르고 있다.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경미한 폭행이나 괴롭힘, 왕따여도 더욱 더 구체화하고 세분화해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청원인의 의견을 지지하는 국민이 20만명을 훨씬 넘었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 아고라에 올려진 '소년법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게시물도 4000명 가까이 지지서명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청소년 간 폭력에 대해 선처보다는 강력한 처벌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rmak****)은 "최소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같은 중범죄에 있어서는 가해자들이 미성년자이더라도 성인과 똑같은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며 "이러한 범죄들은 나이가 어리고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것들이 아니다. 더이상 미성년자들이 법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더 나아가 어렸을 때부터 법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트위터리안(@rlawldbs0123)은 "어리기 때문에 판단력이 정확하지 않아 법으로 보호받겠지만 소년법이라는게 어린 나이를 이용해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최악의 법"이라고 비판했다.

 갈수록 죄질이 불량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에 대한 경미한 형벌이 필요한지, 아니면 심신 미약인 청소년의 연령대를 감안해 중범죄라도 최대한 선처나 경미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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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부산 사하구 여중생 집단 특수상해'라는 제목으로 SNS에 게시된 피해학생 모습

아동·청소년범죄 사건을 많이 다룬 일선의 한 차장검사는 "아이들에 대한 엄벌 주장은 어른들의 책임을 전도하는 것"이라며 "형(刑)을 강화하면 '일반 예방 효과'는 있겠지만 이건 어른들한테도 효과가 불확실하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아이가 사이코패스라고 하더라도 성장과정을 집중해서 봐야 해결책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결과만을 갖고 책임을 묻는건 너무나 보복적이고 야만적"이라면서 "소년법을 옹호하는게 아니라 그런 범죄가 생겨나는 원인을 고쳐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했던 아이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교정·교육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법 폐지는 영원히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은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변화 가능성이 있고 여전히 교육을 해야되는 대상이다. 소년법은 교육중심의 처분을 집행하도록 만든 법"이라며 "소년원은 학교지만 교도소는 감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청소년 폭행 문제는 아무런 죄의식이나 뉘우침 없는 도덕적 불감증이 가져온 현상"이라며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수위가 낮은 제도의 개선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년법 폐지 등 법적 처벌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학교폭력은 사전에 예방교육이 중요하다"며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에 대한 전문적 개별상담을 통해 철저한 관리가 학교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정은 필요한 것이지 전면적인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살인이나 성폭행 등과 같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강력범죄에 대해선 특례조항 적용을 배제하는 쪽으로 개정하고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 대한 보호나 선도를 하도록 한 규정은 그대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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