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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극·대역죄·섞어찌개…역대급 장면과 발언
2017년 03월 09일 (목) 11:20:50 오제일 기자 kafka@newsis.com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 시작에 앞서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가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 소추위원 측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이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벌인 사상 유례없는 법정 공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지난 변론기간 중 쏟아낸 발언들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기록될 만한 역대급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중 가장 '쇼킹'한 장면으로 헌재 출범 이래 전례가 없었다고 평가되는 김평우 변호사의 일련의 막말이 꼽힌다.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이다.

◇"음식 먹을 시간 줄 수 있나" "그 정도 법률 지식은 있지 않나" "이정미라는 일개 재판관"

김 변호사는 지난달 20일 헌재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변론을 마치려는 재판부에 거센 항의를 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유를 묻자 그는 "지금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내가 당뇨가 있다",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먹어야 되겠는데 그 시간을 줄 수 있는가"라고 말해 헌재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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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 재판관인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 14차 변론에서 이달 24일 최종 변론을 열겠다고 밝혔다. 3월 초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 된다.

김 변호사는 같은 달 22일 열린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헌법재판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피청구인 측 증인에게 질문을 하면서 일단 시작이 비난이다. 청구인측 변호사가 어련히 알아서 질문 끝낸 걸 한술 더 뜨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청구인(국회)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법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개인적 지식 말고 법에 근거해 재판하라. 그 정도 법률 지식은 갖고 있지 않느냐"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한술 더 떠 이 권한대행을 향해서는 "재판을 과속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정치적 충돌은 평생 법만 공부한 재판관들이 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헌법재판관을 모독하는 듯 비꼬았다. 이어 "이정미와 권성동(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한 편을 먹고 뛴다", "이정미라는 일개 재판관의 퇴임 때문에 재판이 졸속 진행됐다"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 변호사는 '사기극', '대역죄', '북한식 정치탄압'이라는 표현으로 국회 소추위원단과 재판관들을 비난했고, 탄핵소추사유를 '섞어찌개'로 폄훼해 물의를 일으켰다.

같은 날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인 조원룡 변호사는 강 재판관 기피신청을 내기도 했다. 헌재는 잠시 휴정한 뒤 곧바로 각하했지만,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강력 반발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서석구 변호사가 헌재에서 태극기를 펼쳐 든 것도 주요 장면으로 꼽힌다. 서 변호사는 지난달 14일 열린 탄핵심판 13차 변론 직전 대심판정에서 느닷없이 양팔 길이 정도 크기의 태극기를 펼쳐들고 포즈를 취하는 돌발 행동을 해 헌재 직원이 제지에 나섰다.

◇최순실 등 주요 증인 '모르쇠' 일관…노승일 "대통령은 윗분이고 국민은 하찮나?"

국정농단 파문의 장본인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를 비롯해 헌재에 출석한 증인 다수가 진술을 회피하거나 형식적인 답변만을 늘어놓았던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최씨는 지난 1월16일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에 몇차례 출입했느냐', '박 대통령으로부터 의상비를 몇차례 받았느냐' 등 질문에 시종일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개인적인 사생활"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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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재단 설립 상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는 데 어떻게 상의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최씨에 앞서 헌재에 출석한 이영선·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태도 역시 비슷했다. 이들은 국회 측 질문에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하다 재판관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반면 K스포츠 재단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을 쏟아냈다.

특히 노 부장은 지난달 9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에 출석해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 변호사와 기 싸움을 벌였다.

서 변호사가 본인 질문을 문제 삼는 노 부장을 향해 "어떻게 대통령 측 대리인에게 무례하게"라고 말하자 노 부장은 "그럼 대통령은 윗분이고 국민은 하찮은 거냐"고 소리쳤다.

◇원로 법조인 탄핵반대 광고…각하 주장 본격화

정기승 전 대법관 등 원로 법조인 9명이 지난달 9일 탄핵심판에 하자가 있다는 취지를 담은 광고를 조선일보 1면에 내보낸 점도 주목받았다.

법조계는 이 당시부터 박 대통령 측이 조직적으로 각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헌재를 압박함과 동시에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불복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다.

광고에는 정 전 대법관과 김평우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후 두 사람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해 각하 주장을 펼쳤다. 같은 기간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원 사격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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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김평우 변호사가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8인 체제 재판은 무효이며 9인 체제가 될 때까지 심판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주장은 지난달 27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까지 이어졌다.

김 변호사는 최종 변론에서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는 형사소송법과 같은 기준으로 볼 때 구체성과 명확성, 논리성 3가지를 갖추지 못해 각하해야 한다"며 "국회의 졸속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해 국회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변호사도 "본건과 같이 13개 소추사유를 갖고 탄핵소추 하려면 하나하나에 대해 투표해서 국회 재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탄핵심판을 구해야 한다"며 "국회가 졸속 처리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해 국회에 돌려보내달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의 등장…법리 논쟁 본격화?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66·사법연수원 5기) 변호사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단기간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8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장, 수원지법원장을 지냈다. 2006년 한나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2013년 2월13일 헌재소장 후보자에 내정됐으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등으로 41일 만에 낙마했다.

이 변호사는 대리인단 합류 후 헌법재판관 경험을 살려 법리를 중시한 변론을 펼치며 주목받았다. 강일원 재판관은 "이 변호사님이 오시니 이제야 탄핵심판 같다"며 반기기도했다.

그간 탄핵심판이 유·무죄를 따지는 형사재판처럼 흘러갔던 만큼, 법리 논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각하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법리와는 거리가 먼 정치적 발언들을 쏟아냈고, 이 변호사는 더이상 주목받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최종변론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을 수행하면서 선의로 추진한 일이고 결과적으로 측근의 잘못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도의적 비난을 받을 정도의 사안"이라며 기각 결정을 요청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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